의학 드라마는 어렵고 무겁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그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병원의 낯선 공간이 따뜻해지고, 의사들이 인간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이름처럼 ‘언젠가는’ 모두가 성장하고, ‘슬기롭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tvN에서 방영 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2025년 4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총 12부작이 예정되어 있으며,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도 볼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이지만, 독자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낸다.
드라마는 서울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전공의 1년 차 네 명의 성장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지만, 이 드라마는 의학적 전문성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병원은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누군가에게는 치유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장이 된다.
주인공 오이영(고윤정)은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인물이다. 환자 앞에서는 항상 침착하고 온화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의사라는 직업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표남경(신시아)은 패션 센스도 뛰어나고 실력도 있지만, 말투 하나에 뾰족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가족, 진로, 인간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 앞에 솔직하게 흔들리는 인물이다. 그 과정을 보며, 시청자는 그녀의 날카로운 말 속에 감춰진 진심을 발견하게 된다.
엄재일(강유석)은 분위기 메이커 같은 존재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조금은 이질적일 수 있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배경을 지녔지만, 그만큼 색다른 시선으로 동료들과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존재는 때로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때로는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온다.
김사비(한예지)는 말이 적지만 마음이 깊은 인물이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동료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따뜻한 사람. 그녀는 갈등보다는 균형을 지키는 존재로서 드라마 내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 네 사람은 단순한 동료가 아닌, 서로의 버팀목이자 친구로 성장해간다. 낯선 병원 생활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 밤을 지새우며, 조금씩 서로의 세계로 스며든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과정이다.
드라마의 인물 관계도는 복잡하지 않다. 교수진은 조력자이자 도전과제이다. 서정민 교수(이봉련)는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전공의를 이끈다. 공기선 교수(손지윤)는 감정 기복이 크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로 때때로 놀라움을 안긴다. 류재휘 교수(이창훈)는 실력주의자지만, 실은 동료의식도 강한 인물이다. 이들은 전공의들에게 큰 영향을 주며 갈등과 성장을 동시에 유도한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큰 사건이 아닌 일상의 조각들로 이루어진다. 한 명의 임신부를 끝까지 돌보다가 위기에 처하고, 막내 전공의가 실수를 하며 자책하고, 동기들과의 작은 다툼을 통해 진짜 우정을 확인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쌓이며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기고, 어느새 우리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있다.
OST도 드라마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스트레이 키즈의 ‘START!’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을 잘 표현했다. 멜로디가 흐를 때마다 인물의 감정이 더 선명해지고, 장면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연출을 맡은 이민수 PD는 배우들의 감정을 클로즈업으로 깊게 담아낸다. 절제된 화면, 자연스러운 조명, 병원의 고요한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연출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김송희 작가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능한 작가로, 대사 한 줄에도 감정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오이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되고, 표남경은 가족과의 얽힌 감정이 병원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엄재일과 김사비 역시 각자의 선택 앞에서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된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한마디로 ‘감정이 흐르는 드라마’다. 의학이라는 배경 위에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얹고, 그 속에서 우리가 놓쳤던 소중한 감정들을 하나씩 되찾게 만든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타이밍이다. 당신도 곧 이 드라마의 따뜻한 세계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